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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넷째주 - 나를 알게 하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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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
2018-10-02 |
우리가 알고 있는 법은 일반적인 상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살면서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서로 간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익하게 할 수 있느냐?” 이것이 법의 정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간에 갈등이 있을 때에 “내가 이기겠다.”든지 또는 “저 사람을 밟아 버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중간지대에서 타협할 수 있을까?” 이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은 영원히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와 아픔을 남깁니다. 부산에 사는 A씨는 1남 4녀를 두었고 자녀들은 모두 성장했습니다. 재산이 꽤 있었는데, 1999년 2월, 상속재산 전부를 아들 B씨에게 물려준다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고 9개월 뒤 사망했습니다. 딸들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아버지의 뜻이니까 아들 B씨가 유산 전부를 독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생전에 부동산을 경매한 것이 있었는데 매각대금 일부가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5남매에게 돌아갔습니다. 우리 생각 같으면 유산 전부를 아들이 가졌으니 누이들에게 그거라도 가지라고 할 것 같은데 아닙니다. 돈에는 농담이 통하지 않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장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것마저 모두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A씨의 가족들 모두에게 법원에서 서류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사망한 A씨에게 큰 빚이 있었던 것입니다. 11억 8천만원의 채권자 C씨는 A씨의 부인, 아들, 그리고 4명의 딸들에게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A씨의 채무금을 나눠 내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들이야 그렇지만 한 푼도 받은 게 없는데 빚만 떠안게 되자 딸들은 억울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법원에 억울하다고 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채권자 C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니까 딸들도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심에 승복할 수 없으니 딸들은 다시 항소했습니다. 2심인 부산고법 민사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상속재산 전부를 물려받은 B씨가 아버지의 채무도 승계하는 것이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딸들이 유산을 받지도 못했는데, 빚만 변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상식적으로도 그것이 맞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빚은 아들이 모두 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제게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어도, 당연히 내가 전부를 가질 수 있지만, 장례를 마치고 나서 아들이 누이들에게 유산을 똑같이 나누어 줬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러지 못했더라도 법정에서 지분을 나누어 주었을 때 그대로 받아 줬으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혼자 다 가지고, 책임은지지 않으려고 하다가 빚을 몽땅 떠안았습니다. 그 걸 아는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당연히 그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오누이 간에 관계는 완전히 깨졌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나름 내가 옳고, 정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걸 알지 못했습니다. “나를 알게 하소서.” 기도하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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