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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첫째주 - 나는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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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  |
2018-10-02 |
1995년 10월 7일, 고양경찰서 강력반 형사였던 윤광상 순경은 “종업원이 칼에 찔려 숨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고양시의 한 여관인데 객실 청소원 오모씨가 엄청난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습니다. 누가 봐도 타살입니다. 범인을 특정해야 하는데 다행히 현장에는 피 뭍은 외투가 있었고, 주머니에 김희철이라고 새겨진 도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김희철은 두 달 전부터 여관 106호에 장기투숙한 손님입니다. 신원이 확보되면 다 잡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도주했고,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경찰은 그를 잡기 위해 수사본부를 설치했고 전국에 수배전단만 1만장을 뿌렸습니다. 엠비시(MBC) “경찰청 사람들” 등 지상파 공개수배 프로그램을 통해 두 차례나 사건을 방송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김씨는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등록도 말소되었습니다. 3개월 동안 수사의 진전이 없으니까 수사본부는 해체되었습니다. 다만 형사과 안에 있는 윤 순경과 다른 한 분이 계속해서 수사를 해 나가기로 했지만 시간만 가고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질 않습니다. 그렇게 10년이 넘으니까 사건 자체가 잊혀 졌고, 경찰서에서도 더 이상 그 사건을 다룰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 사건은 영구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추적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수사본부는 해체되었고, 형사과에서도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그러나 윤광상 경사는 그 사건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살아있다면 반드시 말소된 주민등록을 되살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매달 동사무소를 찾았습니다. 경찰의 온라인 시스템으로 그의 이름을 수없이 검색했습니다. 공휴일이나 휴가 때마다 그의 기록상 마지막 주소지인 평택과 고향 여수를 찾았습니다. 2007년 11월 14일, 드디어 그가 나타났습니다. 추적, 12년 만의 일입니다. 생활이 어려웠던 그는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되살렸습니다. 천안으로 이주한 그에게 동사무소 직원이 전화했습니다.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줄 김치가 나왔다고 연락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윤광상 경위는 그를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잡힌 그가 억울해 하며 중얼거린 말입니다. “12년 동안 정말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버텼는데... 아직까지 나를 쫓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는 조용하기에 끝난 줄 알았습니다. 모두에게 다 잊혀 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죄의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는 그걸 몰랐습니다. 아니 “다 잊혀졌다.”고 속삭이는 자신에게 속은 것입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이런 실수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숙한 사람은 고백합니다. “나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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