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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1105-감동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1-07

  19658, 주한 미 육군 제7 보병사단장으로 부임한 체스터 존슨(Chester L. Johnson) 소장은요, 부대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부관과 통역만 대동하고 인천으로 향했어요. 인천항(현재 1부두) 맞은편에 도착한 그는요, 곧바로 차에서 내려 부근을 샅샅이 뒤지더니 화선장(花仙莊)이라는 이름의 식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어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잠시 건물을 바라본 그는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는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는지 알지 못해요. 그렇다고 그 사람의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고요, 얼굴도 기억나질 않아요. 그러니까 무작정 누군가를 찾아 간 거예요. 그가 주인을 부르자 주인이 당황한 얼굴로 나왔어요. 미군, 그것도 장군이 자기 식당에 왔으니까 그럴 만 하지요? 그런데 존슨 장군이 식당 주인인 김진원(金鎭元)씨를 보는 순간 그를 와락 껴안았어요. 그리고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려요. 자기가 그토록 찾던 사람이 지금 자기 앞에 있어요. 그걸 믿지 못하겠다는 듯 팔짝 팔짝 뛰며 기뻐하는 거예요. 김진원씨는 영문을 모른 체 당황했는데요, 존슨 장군이 김진원씨를 그토록 찾았던 이유가 있었어요.

 

  태평양 전쟁 발발 직후인 19411210, 필리핀에 배치돼 중위로 근무하던 그는요, 이듬해 4월 벌어진 바탄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포로로 붙잡혔어요. 필리핀 내 여러 포로수용소를 전전하던 그는요, 19451, 인천 포로수용소로 왔어요. 그곳에서 종전 무렵까지 지냈는데요, 중노동보다도, 간수의 학대보다도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배고픔이었어요. 포로들은 피골이 상접했고요, 굶어죽은 동료들도 있었어요. 너무 배고픔이 극심하니까 존슨은요, 7월쯤 인천항으로 노역을 나갔다가 동료 3명과 함께 탈출을 감행했어요.

 

  그런데 그들은요, 인천의 지리를 몰라요. 무작정 앞만 보고 뛰었고요, 신포동에 있는 나리낑(成金)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굶주린 서양 포로들을 처음 맞이한 사람이 바로 종업원이었던 김진원씨였어요. 그는요, 먹을 걸 달라고 애원하던 미군 포로들을 일단 주방에 숨겨주었어요. 그리고 따뜻한 음식을 내어 줬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음식을 다 먹은 그들은 감사의 인사를 했고요, 그들을 추격한 일본군인들에 의해 체포되었어요. 그 일로 김진원씨는요, 포로를 보호했다는 이유로 커다란 봉변을 당했어요.

 

  해방이 되면서 김진원씨가 일본인 주인에게서 식당을 인수했고요, 그 자리를 지켰어요. 존슨 장군은요, 지옥 같은 기간 중에 있었던 유일한 환대를 잊을 수 없는 거예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김진원씨의 따뜻한 마음만 생각하면 고마운 거예요. 20년이 지나도 그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았고요, 결국 김진원씨를 다시 만나 감사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었던 거예요. 여러분! 만약 김진원씨가 자신이 당할 일을 생각했더라면 포로들을 어떻게 대했을까요?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편안하게 살려면 그들을 신고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나의 유익만 생각하는 마음, 나만 살고자 하는 마음, 이것이 세속적인 가치관이지요? 김진원씨가 만약 그것에 물들어 있었다면 그 날의 감동도 없었을 거예요. 감동은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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